블록체인

블록체인은 비싸지만 저렴하며 느리지만 빠르다

“비트코인 그거 결제하는데 몇십분 걸리는데 어떻게 쓰냐?”

비트코인에 대한 일반인의 선입견은 “결제가 느리고 수수료가 비싸다”이다. 편의점에서 껌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간 기준으로 1천원어치의 껌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약 5천원의 수수료가 요구되며, 컨펌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1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이유로 비트코인은 실생활에서 사용될 수 없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선입견은 반은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은 틀렸다.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고 있는 한 상가

물론 현재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포함하여 결제 시간과 수수료를 줄이기 위한 기술들이 나오고 있으나, 비트코인 더 나아가 블록체인의 장점은 다른 곳에 있다. 위 예시와 같은 실생활 이외에 또 다른 실생활을 예시로 들어보자. 한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가 캐나다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을 해야 하는 날짜를 까먹고 말았다. 가족들은 때마침 생활비가 바닥이 나 급한 상황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통한 해외 송금은 평균적으로 3~4일 정도가 소요되며 수수료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차라리 캐나다까지 비행기로 이동하여 현금을 전달하는 것이 더 빠르다.

비트코인은 국제적 송금이 매우 빠르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시스템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수수료로 비트코인을 전 세계 어디든 비트코인 주소를 보유한 사람에게 1시간 이내로 전송할 수 있다. 확실한 장점이 존재하는데 굳이 단점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 현재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선진국 내 일상생활에서는 쓰기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며,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더욱 큰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역이 있다. 바로 아세안이다.

2018년 기준 약 670만 명의 아세안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생활비 등의 자금을 송금했다. 그들은 아시아 전체 국제 송금액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총 송금액은 미얀마의 GDP에 버금간 바 있다. 아세안에 해외송금은 매우 주요한 대외자금 유입액이며 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개도국으로 유입되는 송금 중 약 13%가 동남아로 유입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해외 송금 유입 규모 (단위: US million)
출처: 세계은행 Remittance Inflows Apr 2019

세계은행이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태국과 말레이시아로부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으로 유입된 송금액의 규모가 매우 크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말레이시아로부터 유입된 금액이 21.5억 달러에 이르렀다. 2018년 기준 동남아의 대표적인 인력 송출국인 필리핀에 유입된 해외 송금 규모는 약 338억 달러로 GDP 대비 약 10%에 이른다. 같은 시기 베트남은 약 159억 달러, 인도네시아는 112억 달러에 달했다.

이주 노동자의 해외 송금 방식: 은행과 비은행 금융으로 분류

“송금은 개발국에서 외부조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현재 해외 송금의 높은 수수료로 인해 이주의 혜택들이 훼손되고 있다.” – 딜립 라사(Dilip Ratha) 세계은행 이주송금 부문 담당 책임자

해외 송금을 자주 이용하는 아세안 출신 노동자들에게는 큰 장벽들이 존재한다. 아세안 약 7억 명의 인구 가운데 27%만이 정식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4억 3천만 명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캄보디아와 같은 개도국인 경우 은행 계좌 보유율은 5% 미만이다. 전 세계 탑 3 해외 송금 유입 규모를 자랑하는 필리핀의 경우 약 200만 명이 해외에서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송금의 40%는 정식적인 은행 계좌를 통하지 않고 성사되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해당 비율은 66% 이상까지 상승한다.

정식적인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해외송금업체(MTO, Money Transfer Operator)를 통해 송금하는 것이다. MTO의 경우 대부분 허가를 받고 운영하고 있어 신뢰를 보장하고 있으나 편리성과 수수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MTO가 많이 있지 않은 지역의 경우 시간과 돈을 들여 MTO를 직접 찾아가야 하며,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 버스 운전사, 지인 등의 타인을 통해서 전달해야 한다. 또한, 허가받지 않은 외환 취급소를 이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기존 해외 송금 절차 (출처: singaporefintech.org)

기존 해외 송금은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며 각 절차마다 수수료가 추가된다. 중간 단계가 많기 때문에 송금액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진행상황의 중간 추적이 어려우며 단방향 메시징 시스템으로 오류가 발생하면 실시간 대응이 매우 어렵다. 현재 MTO의 송금 수수료는 최소 5%에서 최대 20% 사이이다. 매달 송금을 해야 하는 해외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큰 비율이다. 또한, 여러 중개 기관을 거치다 보니 송금액에서 송금 수수료가 별도로 차감되는 히든 피(Hidden Fee)가 발생하여 실제 송금 금액과 수령액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

아세안의 이러한 환경에서 핀테크와 블록체인의 도입이 관심받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스마트폰 보급률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으로써 미얀마의 SIM 카드 가격은 한때 2,000달러에서 1.5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스마트폰의 가격 또한 현저히 줄어들었다. 미얀마 국영 통신사(MPT, Myanmar Post and Telecommunication)가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하던 통신 산업에 아세안 지역의 통신 사업 가능성을 포착한 다양한 경쟁 업체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아세안 지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선진국과 비교하여 낮은 편이나, 매우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5년 40% 정도에 머물러 있었으나, 2019년 현재 60%를 돌파했다. 그리하여 모바일 결제를 중심으로 하는 핀테크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볼 수 있다.

4월 태국에서 진행된 ASEAN Payment Connectivity 프레스 컨퍼런스

“QR 코드, 블록체인, API, 카드 네트워크 등의 최신 기술들을 사용하는 국경 간 송금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은행, 비은행계 금융기관 그리고 카드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 베라타이 산티프랍흡(Veerathai Santiprabhob) 태국 중앙은행 총재

아세안은 해외 송금과 관련하여 블록체인을 통해 수많은 유의미한 시도들을 진행 중이다. 아세안 내 8개국은 지난 4월 4일에 관광객, 해외 노동자, 그리고 기업의 송금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Asean Payment Connectivity 협정에 합의했다. 미얀마의 Shwe 은행과 태국의 KTB 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 Everex와 협력하여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며 빠른 송금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태국 고객은 KTB 은행 앱을 통해 송금할 수 있으며, 미얀마 내 수취인은 홈딜리버리, Shwe 은행 지점에서의 현금 픽업, 혹은 Shwe 은행 계좌 이체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2019년 6월 런칭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태국 Krungsri 은행과 IRPC 기업은 Krungsri Blockchain Interledger라는 프로젝트명 하에 기업을 위해 국경 간 실시간 자금 이체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서비스도 오픈한 크로스

한국의 대표 거래소 가운데 한 곳인 코인원 역시 이를 신속히 파악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 서비스 ‘크로스’를 런칭한 바 있다. 코인원의 자회사인 코인원 트랜스퍼는 태국으로 해외 송금 시 약 3일이 소요되는 현재와 달리 송금 시간이 10분 내로 단축되며 수수료도 83%가량 감소한다고 밝혔다. 크로스는 암호화폐가 아닌 법정화폐를 송금하는 시스템으로 현재는 필리핀과 태국을 대상으로 진행 중에 있다.

2017년 중순에 시작된 비트코인 열풍이 지나가고 현재 업계는 유의미한 블록체인의 사용처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진정으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한 서비스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해외 송금에 관해 특수한 상황인 아세안 지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그저 신기루가 아닌 일반인들의 삶의 질 역시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References:

Singapore FinTech Association. (n.d.). Retrieved from https://singaporefintech.org/

Endo, I. (2017, June 02). Three things to know about migrant workers and remittances in Malaysia. Retrieved from https://bit.ly/2JIZ0i7

(n.d.). Retrieved from https://bit.ly/2LMX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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