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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전설, 아세안 시장까지?

by 베노

아세안 스타트업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6.3억 명의 인구는 매우 젊다. 이뿐만인가. 그들이 사용할 인터넷과 전자기기도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신생 기술 기업이 탄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이를 증명하듯 2019년 기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벌써 10개를 넘어섰다.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먼저 발달한 우리나라가 2019년 12월에 들어서야 유니콘 기업 11개 달성한 것으로 본다면 이는 매우 유의미한 수치다.

하지만 단순히 인구가 많고 젊었기 때문에 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그런 논리였다면 1인당 출산율이 7명에 육박하는 서아프리카 국가 니제르가 혁신적인 시장으로 떠올랐어야 했다. 그렇다면 아세안이 갖춘 성장 요소는 무엇일까?

아세안 스타트업 열풍에 크게 기여 한 성장 요소는 바로 뛰어난 안목을 가진 투자자들의 존재다.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투자한 이들이 있었기에, 신생 스타트업은 적절한 시기에 자본을 충당할 수 있었다. 기업에 있어 자본은 생명줄과 같아서, 투자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아세안 시장에 진입한 수많은 투자자 중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조직을 다루고자 한다. 그들은 스타트업 공룡인 애플과 구글의 가능성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로서 현재의 역동적인 실리콘 밸리를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이제 이 벤처캐피털의 눈은 세계로 뻗어나가, 아세안에 꽂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 세쿼이아 캐피털

‘애플, 오라클, 야후, 페이팔, 구글, 유튜브,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텀블러, 왓츠앱, 인스타그램.’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초대형 스타트업들은 매우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모두 세쿼이아 캐피털로부터 초기에 투자받았다는 점이다.

세쿼이아 캐피털은 말 그대로 실리콘밸리의 전설이다. 1972년 미국 서부에서 설립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수많은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였다. 그 결과, 여태껏 성공시킨 회사의 기업 가치를 본다면 1조 4천만 달러, 한화로 1천 660조 원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 나스닥(NASDAQ) 주식시장 중 22%를 차지할 정도의 막대한 규모다. 워낙 초대형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었다 보니, 오히려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에 투자하지 않았던 이야기에 주목할 정도였다.

실리콘밸리 전설, 세쿼이아 캐피털 / Wealthmann

전 세계 스타트업 업계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은 그들에게 시작에 불과했다. 세쿼이아 캐피털은 끊임없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중국과 인도 순서로 진출하여 그 국가와 주변 스타트업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세쿼이아 캐피털 인도(Sequoia Capital India)는 최근 빠른 속도로 떠오르고 있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거인이다. 2006년 세쿼이아 캐피털이 인도의 대형 벤처캐피털이었던 웨스트브릿지 캐피털 파트너(Westbridge Capital Partners)를 흡수하면서 이러한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전설의 적절한 손길이 닿아서인지, 현재 인도 내 1위 벤처캐피털로서 위용을 떨치고 있다.

우리가 세쿼이아 캐피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전진기지를 통해 아세안 스타트업 업계에도 빠르게 큰 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쿼이아 캐피털 인도’의 구성원에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의 국적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의 아세안 스타트업 투자는 예사롭지 않다.

아세안에서도 전설은 계속된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털이지만, 아세안에서 세쿼이아 캐피털은 꽤 신중했다. 2006년 인도에 처음 발을 들인 세쿼이아 캐피털은 토코피디아(Tokopedia)에 투자한 2014년이 돼서야 아세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드디어 아세안 스타트업 시장이 무르익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안목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그들이 처음 투자를 했던 토코피디아는 현재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1만 7천여 개 섬으로 이뤄져 통합적 시장이 전무했던 인도네시아를 하나로 만든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으로, 2019년 현재 매달 1억 5천여 명의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그 덕에 이들의 가치는 8조 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토코피디아의 성장 과정은 다음 글을 참고하자.)

그뿐만 아니다. 세쿼이아 캐피털은 2015년 또 다른 대형 투자를 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고젝(Go-Jek)이다. 우버(Uber)의 성공 이후, 차량공유 서비스는 많은 스타트업을 불러모았다. 현재 그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은 그랩(Grab)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세쿼이아 캐피털의 선택을 받은 고젝이 있기 때문이다.(그랩의 성장 과정은 다음 글을 참고하자.)

2010년 설립된 고젝은 초기에 오토바이 택시를 승객과 이어주는 차량호출 서비스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우버 등이 만든 공유경제 시장을 적절히 읽어내고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동안 눈에 띌만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5년 1월, 호출 과정을 간편화하는 앱을 개발하면서 폭발적 성장을 보이게 되었다. 이런 흐름을 지속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다름아닌 세쿼이아 캐피털의 시리즈 B 투자였다.

2015년 10월, 세쿼이아 캐피털은 고젝의 성장세를 재빨리 간파하여 투자를 결정했다. 펀딩에 대해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고젝이기 때문에 세쿼이아 캐피털로부터 받은 투자액의 규모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2천만 달러(24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젝은 이 투자금 대부분을 영업비용으로 사용하여, 규모를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 실제로 고젝 창업가는 세쿼이아 캐피털의 투자를 통해 2015년 말까지 6만여 명이 넘는 고젝 운전자를 고용하였다고 밝혔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적절한 투자가 아녔다면, 고젝은 한 단계 큰 규모의 회사로 나아가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 전설의 새로운 수혈을 통해 고젝은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세쿼이아 캐피털 투자로 유니콘이 된 고젝 / 구글플레이

세쿼이아 캐피털이 전설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비결

위에 언급한 두 유니콘 스타트업, 토코피디아와 고젝 이외에도 트래볼로카(Traveloka)와 질링고(Zilingo)와 같은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자신들의 본거지도 아닌 아세안에서 또 다른 신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세쿼이아 캐피털의 어떤 것이 그렇게 특별하기에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일까?

성공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령, 세쿼이아 캐피털은 스카우트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가에게 빠르게 접근한다. 또한, 떠오를 시장에 집중하고, 기업의 스토리텔링에 주목한다. 이러한 점들은 매우 필수적인 요소였을 것이다. 세쿼이아 캐피털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선정 회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있다.

단순히 돈만 툭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른 스타트업이 온전히 사업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그 외에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지대 비용, 식대 비용과 같은 행정적인 비용을 부담한다. 투자를 받아 성공한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이들은 신생 회사에게 멘토가 되어 아낌없이 조언을 제공한다. 즉, 아웃소싱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보면 쉽다. 

한정된 자원으로 양질의 지원을 하기 위해, 여타 벤처캐피털보다 더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치룬다. 때문에 선발 과정을 통과한 스타트업은 세쿼이아 캐피털의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딩 파워를 한층 강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세쿼이아 캐피털 투자를 받고 이제는 멘토가 된 토코피디아 창업멤버 / 세쿼이아 캐피털

아세안과 인도에서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러한 지원을 체계화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서지(Surge)를 통해서 말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 투자, 멘토링, 교육 등을 제공하는 한편 데모데이와 같이 투자자와 창업가를 잇는 노력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세쿼이아 캐피털이 주도하는 서지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으로 4개월 동안 진행한다. 

2019년 초 첫선을 보인 서지는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생 스타트업에 해주는 지원이 워낙에 전폭적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재정적인 규모가 남달랐다. 서지에 선정된 모든 스타트업에 150만 달러(한화 18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여, 이들이 자금 걱정으로부터 한동안은 멀어질 기회를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지분을 획득하는지는 회사 별로 각각 협상을 통해 정한다. 세계 최고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보다도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이라고 하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서지가 지닌 매력은 그뿐만 아니다. 서지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세쿼이아 캐피털로부터 150만 달러를 투자받는 것 이외에 전 세계에서 온 투자자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기회를 얻는다. 서지가 제공하는 파격적인 데모데이를 통해서 말이다. 보통 하루로 마치는 다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달리, 업서지(UpSurge)라고 불리는 이벤트를 통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참가자에게 제공한다. 하루 만에 단순히 회사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투자자와 1대1 면담을 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 성장을 위한 지원을 받기 한결 수월하다.

세쿼이아 네트워크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많은 스타트업에 어필할 수 있는 점이다.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의 성장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성공한 창업가들을 자신들만의 공동체로 불러모았다. 그리고 새로이 투자 받는 회사에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는 멘토로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서지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토코피디아와 질링고 등 세쿼이아 캐피털로 인해 유니콘이 된 회사 창업가의 멘토링을 받는다. 성공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받는 조언은 경험이 부족한 어린 기업에게 피와 살이 된다.

이런 파격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수천여 개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이 중 기업 17개를 선정함으로써 4개월간의 서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캡슐 호텔 사업을 이끄는 인도네시아 보보박스(Bobobox), VR을 이용하여 뇌졸중, 파킨슨 환자에게 원격치료를 제공하는 싱가포르 댄싱마인드(DancingMind) 등 아세안 스타트업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줄 스타트업이 다수 포진해있다.

워낙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다 보니, 2019년 10월에 제2차 서지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20여 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하였는데, 분야가 이전보다 더욱 다양해졌다. 교육, 농업, 재생에너지, 핀테크, 로보틱스 등 세쿼이아 캐피털의 서지를 통해 어떤 스타트업이 아세안을 어떤 모습으로 바꿀지 기대가 된다.

투자를 받고 들떠보이는 서지 1기 창업가들 / TechinAsia

투자는 타이밍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어떻게 아세안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2010년대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어떤 이는 늦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더 일찍 들어왔다면 아세안이 이들과 같은 거대자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세안 인구가 6억 명을 넘기고, 탄탄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보급률이 매년 15%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한다면 이전에는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스타트업이 지금같이 활성화되기에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세쿼이아 캐피털이 그때 진입을 시도했다면, 수익성은 기대보다 낮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과는 달리 투자를 줄이거나 아예 아세안 시장을 버리고 인도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잠재력을 보고도 잘 참고, 좋은 타이밍에 진입한 세쿼이아 캐피털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 가령, 유튜브를 보자. 2019년 현재, 매일 전 세계 사용자가 유튜브를 보는 시간을 합치면 10억 시간을 넘긴다. 하지만 창업가가 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해 유튜브를 만들었던 2005년, 그 누가 이들이 이렇게나 성장할지 알았을까? 하지만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들이 투자한 지 1년 만에 유튜브는 급성장했고, 1조 7천억 원이라는 가격표로 구글에 매각한다.

지금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는 아세안 스타트업에 세쿼이아 캐피털은 얼마나 큰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뛰어난 아이디어와 자금이 모여드는 현 상황은 분명 미래를 기대토록 만든다. 혹시 우리가 10여 년 뒤에는 아세안 판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전까지 아비랩과 함께 그 성장 신화를 같이 지켜보도록 하자.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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